숲은 저마다의 향기가 있습니다. 숲마다 분포된 나무의 종류가 다르고 풀도 다르고 지형도 다릅니다. 우연인지 아니면 선입견인지 모르겠으나 저는 동네 부시들 중에서 제일 가까운 Kauri Glen Reserve가 향기도 제일 좋다고 느껴집니다. 어떤 숲은 그닥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이 숲은 향기가 제법 납니다. 특히 비온 뒤 숲에 들어가면 그 짙은 향기가 폐포 깊숙히 도달해서 코끝이 아닌 내 몸속 깊숙히 스며드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이 세상 그 어떤 최고급 유명 향수보다 더 향기롭고 건강한 냄새입니다.
한때 한국에서 한라산의 공기를 캔에 압축해 판매한다는 기사를 본 적있습니다만 저는 뉴질랜드에서 공짜로 최상급 숲속 공기를 매일 마시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24시간 1년 내내 산속 공기를 돈 주고 사서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는 애국가에도 나오는 소나무(구과목Pinales 소나무과Pinaceae)가 아닐까요? 소나무가 많이 모여있는 숲은 우리에게 친숙한 그 특유의 송진 냄새가 나는데 뉴질랜드에서도 숲속에 소나무가 모여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 곳을 지날때면 그 친숙한 냄새에 마치 고향에 온 것같은 편안한 느낌을 이 머나먼 타국에서 느낄 수 있답니다.
뉴질랜드 남북섬의 여러 숲들중 현재까지 가장 특출난 향기로 저를 각인시킨 숲이 있습니다. 북섬의 로토루아에 있는 Redwood(구과목Pinales 측백나무과Cupressaceae 세쿼이아속Sequoai) 숲입니다. 로토루아는 유황온천이 있는 지열지대로 유명하며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유황냄새가 느껴집니다. 처음 가 본 분이라면 머리가 살짝 아플 지경이고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은 이 냄새를 어찌 견디는지 또 건강에는 괜찮은지 궁금하기도 하겠지만 몇번 가보니 저 역시 적응이 되더군요. 그 냄새가 계속 신경쓰였다면 그곳에 주거지가 생기지는 않았겠지요. 하여간 그닥 향기롭지 못한 유황냄새와 달리 레드우드숲에 들어서면 빼곡한 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향기에 감탄사가 절로 튀어 나옵니다. 물론 거대한 나무도 장관이고 낙옆이 쌓이고 쌓여 그 위를 걸을때 느끼는 융단같은 푹신함도 한몫하죠. 정말 여기서 텐트치고 하룻밤 자고나면 건강해질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Kauri Glen이란 숲 이름은 Kauri(구과목Pinales 남양삼나무과Araucariaceae) 나무가 이 골짜기(Glen)에 많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나라에서 소나무는 외래종으로 보호수가 아니기에 몇년전 이 숲을 보수하면서 2~3 그루의 거대한 소나무가 잘려나갔습니다. 한국사람으로서 참 마음이 아팠지요. 그런데 Kauri는 보호수라서 함부로 자를 수 없습니다. 이 나무는 앞서의 두 나무들처럼 강한 향기가 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숲에 카우리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이 숲의 향기는 왠만한 곳 이상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세 종류의 나무 모두 구과목Pinales에 속하는 품종이네요. 비가 오면 커피가 생각나고 부침개가 먹고싶다고들 하죠. 예전 읽은 기사를 보니 비가 오면 습도가 높아져 음식 냄새가 더 진해지고 잘 전달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 먹은 특정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그래서 비가 오면 생각난다는 군요. 거기에 덧붙여 저는 비가 오면 숲의 향기가 생각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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