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매년 가을철이 되면 야산의 도토리를 사람들이 싹쓸이해가는 바람에 야생동물들의 먹이가 부족해져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이곳 오클랜드에서는 도토리 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곳의 가을인 3월 경에는 도토리 나무 아래 땅에 떨어진 도토리 열매를 지천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으나 아는만큼 보인다고 관심을 가지고 보니 이곳저곳 꽤 많은 도토리 나무가 자라고 있더군요. 그것도 아주 커다란 나무로... 개인 주택가에 심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공원에 있는 경우도 있고 숲속에도 있습니다. 아래 커다란 도토리 나무들이 일렬로 자라고 있습니다만 열매 보다는 가로수길로서의 운치가 더 마음에 듭니다.

이곳에서 도토리는 야생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 아니기에 땅에 떨어지고 곧이어 비가 자주오는 겨울이 시작되면서 바로 썩어버립니다. 게다가 아무도 도토리에 관심을 갖지 않기에 마음만 먹으면 많이 쓸어 담아 올 수는 있으나 아무래도 남의 이목이 없는 숲속이 제격입니다. 그리고 크기도 한국 도토리보다 큰거 같습니다. 아래 사진은 아직 익지 않은 상태로 땅에 떨어진것 중 큰걸 주워온 것입니다. 3cm 이상 되네요.

땅에 떨어진지 얼마 안된 도토리 위주로 주워와도 집에 와서 껍찔을 깨보면 속이 썩어 있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런건 솎아 내고 겉껍질도 제거한 알맹이만 모아 도토리 묵을 만들어 먹었는데 한국에서 사먹어본 도토리묵 하고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아... 이게 진짜 도토리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날 공원을 산책하다가 아래와 같이 밤과 비슷한 열매를 발견했습니다. 겉이 가시는 아니지만 뾰족한 돌기가 나 있고 익으면 벌어지면서 열매가 나오는데 밤은 주로 3개 있지만 이건 하나만 있네요. 색깔도 비슷하고 열매 하나의 크기도 비슷하지만 밤은 아닙니다. 몹시 궁금해서 땅에 떨어진 걸 한움큼 주워와서 밤 삶아 먹듯이 삶아 껍질 벗기고 한입 베어문 순간 어찌나 쓰던지... 주저없이 다 버렸습니다. 여전히 무슨 열매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아직 야생으로 밤나무가 자라는걸 본적은 없습니다만 해밀턴이라는 도시에 갔을때 그 곳 식물원에 밤나무가 하나 심어져 있었고 때마침 익은 밤이 땅에 떨어져 몇개 주워온적은 있습니다. 도토리처럼 밤나무도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대신 오클랜드 근교에는 밤나무 농장이 몇군데 있어서 땅에 떨어진 밤송이를 직접 까서 Kg당 얼마씩 계산하고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밤농장은 중국산 밤을 미리 땅에 뿌려놓는다고 얘기 들었습니다만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파는 도토리묵은 중국산 가루로 만들거나 국내산이라 하더라도 만드는 과정에서 도토리 껍질채 기계로 갈아 사용하기에 그 중 썩은 도토리를 걸러내지 않아 안좋은 맛이 남게 마련입니다. 여기선 신선한 도토리로만 골라 사용하고 바로 만들어 먹기에 더 향긋한 맛이 나는 것이겠죠. 그러나 손이 참 많이 가서 한국에서 손님이 오지 않는 이상 만들어 먹을 엄두가 잘 나진 않습니다.
예전에 오클랜드 한식교육 프로그램에서 한국서 오신 TV출연하신 요리사분이 도토리묵 만드는걸 시연해주었습니다. 현지교민이 북한산 도토리가루를 구해서 그걸로 만들었는데 요리사분이라 그런지 도토리묵 자체의 식감은 제가 만든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 식재료의 한계로 맛과 풍미 자체는 형편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신선한 도토리로만 골라 즉시 만들어 먹는 도토리묵을 일단 한번 맛보면 상업용으로 나온 도토리묵용 가루로 만든 묵은 맛이 없어 먹지 못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