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ha Beach
오클랜드에는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끼고 있어 많은 해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오클랜드 외곽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해변의 모래사장을 걸을 수 있습니다. 오클랜드의 가볼만한 곳 중 상위에 꼽는 것들 중에서 저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곳은 피하비치입니다.
이곳은 오클랜드 서쪽 해안에 위치한 해변으로 집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번잡한 도심지를 벗어나서 커다란 숲속을 통과하여 가다보면 길 양옆으로 고사리나무가 보이는 밀림속에서 쥬라기 공원의 공룡이 어디선가 튀어나올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서쪽에 다다르니 저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오랜 학업생활을 마치고 뉴질랜드를 처음 방문했을때 다음날 바로 이 피하비치를 갔는데 해변이 나오기 전 숲속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색다르고 가슴이 긴장되기 시작해서 저 멀리 바닷가가 보이는 순간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다가 바닷가 근처에 다다랐을때 아래의 풍광을 보고 제 가슴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느 신부님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죠. 여행은 다리가 떨릴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떨릴때 하는것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체력과 함께 감흥도 줄어듭니다. 제 젊은 시절을 돌이켜 보건데 과연 이처럼 가슴벅찬 경우가 얼마나 되었던가... 하고 제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순간이 제가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삶에 지쳐 먹고살기 바빠서 돈도 시간도 없어 여행을 뒤로 미룹니다. 여행을 거의 못해보다 나이들어 해외여행을 해보지만 그것이 젊었을때 하는 여행에서 느끼는 감흥과는 확연히 다를것입니다. 많이 걷지도 못하기에 여행패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 뉴질랜드 사람들은 먹고 입는것은 누추해보일지라도 여행은 많이 다닙니다. 그런점에서 평생 일만하다 노인이 되어 효도관광 다니는 처지의 우리 부모님 세대를 보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요즘엔 젊어서부터 여행 많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터질듯한 가슴을 부여잡고 바닷가에 도착하면 서해안 특유의 검은 모래 사장이 눈에 들어 옵니다. 모래속에 철분이 있어서 그런 색을 띄는데 한여름 뙤약볕에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면 그 철분으로 인해 몹시 뜨거워 화상을 입을 지경이라니 조심해야 겠지요. 아래 사진을 보면 모래사장 바닥에 물이 살짝 올라와 바닥이 거울처럼 비쳐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사진찍어 보면 인물이 바닥에 비쳐보입니다.
사진 전문가들은 별것 아닌 장소도 아주 멋진 느낌으로 찍는 기술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의 멋진 풍광과 실제 그 곳의 전체 사진을 찍어 비교해 놓은 경우를 보면 그저 놀랄 따름입니다. 특히 제가 이미 가본 곳을 어느 누군가가 멋지게 찍어 올렸을때 저는 그것이 카메라빨이라는걸 압니다. 그러나 사진 비전문가인 제가 뉴질랜드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반대가 됩니다. 실제로는 아주 멋진데 사진은 그 정도에 훨씬 못미친다는 것이지요. 다만 이곳에서는 제가 의도치 않아도 바닥만큼은 육안보다 멋지게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