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뉴질랜드 커피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처음 뉴질랜드를 방문했던 2000년도에 커피 가격이 $3.5 정도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 환율이 달러당 650원 정도 였으니 커피가격이 한국에 비해 상당히 싸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왜냐면 이곳의 점심은 아주 간단한 식사가 $10 (샌드위치+커피, 또는 한식) 이고 현지인들이 레스토랑에서 먹는 저녁식사는 최소 $20 이상이었으니 식사값에 비해 커피값이 많이 싼 셈이죠.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그 당시 식사값보다 비싼 5000원이었고 또 절대금액으로 비교해보아도 여전히 싸서 사먹는데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현재 이곳의 커피값은 $4.5~$5이고 환율은 850원정도라고 했을때 한국과 비교해 절대금액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훨씬 저렴한 커피도 나와 있고 대신 점심값은 7000원이상 한다고 하니 식사대비 커피값이 이제는 확실히 상대적으로 저렴해졌네요.
이곳에서 커피 맛에 눈을 뜬 이후 커피가 소화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우연찮게 하게 되어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되었습니다. 물론 실제 커피가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걸 뒤늦게 인터넷을 찾아보고 알게는 되었지만, 기능성 소화불량이 있는 저에게는 그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커피의 신세계에 빠져들며 하나 둘씩 커피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뉴질랜드 커피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상태에서 한국에 들어가 커피를 마셔보니 맛의 진하기가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라떼는 우유맛이 더 많이 나서 저에겐 싱겁게 느껴집니다.
이곳에서 로스팅된 원두를 사려면 로스팅을 하는 커피샵이나 일반 대형 식품매장에 진열된 공산품 형태의 원두를 사면 됩니다. 로스터리샵에서는 여러 종류의 원두를 팔기도 하지만 여러 품종을 자신만의 비율로 섞어 자신만의 로스팅 세기로 해서 단일품목으로만 파는 샵도 많습니다. 식품매장에서 파는 경우는 회사마다 원두가 다르겠지만 로스팅한 정도를 1~5의 수치로 표기해 팔고 있습니다. 모두 3,4,5를 파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는 중간정도인 3이 적당한거 같습니다. 한국에서라면 특히 5 정도로 강하게 로스팅한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겠지만...
그러고 보니 예전에 한인샵에서 어느 현지인이 자신이 먹고 있다는 맥심모카골드를 가리키며 이거보다 더 강하게 로스팅한 제품은 없냐고 직원한테 물어보는데 대답을 못하길래 제가 대신 대답해준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로스팅은 중간을 선호하고 특히 인스탄트 커피까지 로스팅 단계를 달리해서 판매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물론 중간이라도 선호하는 정도가 어느정도 차이는 있지만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뉴질랜드에서만큼 변동폭이 크지는 않을겁니다.
커피 용어 또한 한국과 비교해 차이가 있는데 커피 종류로 Flat White가 있습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만 있다고 하는데 그 이름에서 의미하듯 우유커품을 라떼보다 얇게 해서 준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여러 커피숍을 다니며 주문해 보면 직원마다 또 그날 그날 우유커품 상태와 양이 달라지는게 커피입니다. 그러다 보니 초기에는 Latte와 Flat White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더군요. 그 샵내에서는 달리 만들어 주겠지만 여러 샵을 통털어 비교해보면 절대적인 구분요소를 발견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대체적인 구분법을 나름대로 정의했습니다. Latte는 사이즈가 Medium(Regular) 하나인 반면 Flat White는 Small, Medium이 있습니다. 또 Latte는 보통 유리잔(glass)에 주지만 Flat White는 손잡이 있는 사기로 된 컵(cup)에 줍니다. 따라서 glass에 담기는 용량이 약간 많은 정도이고 이로 인해 라떼가 좀 더 순한맛이다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입니다.
다음으로 샷(shot)에 대한 용어도 여기선 single/double shot 이렇게 말하는데 한국에서는 one/two shot 이렇게 하더군요. Latte와 Flat White medium은 double shot으로 추출하며 Flat White small은 single shot으로 추출합니다. 그러나 Flat White small도 double shot으로 제공하는 샵도 있는데 점점 더 진하고 맛있는 커피를 선호하는 추세에 맞추어 이러한 샵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Latte임에도 single shot으로 제공하는 체인점을 딱 하나 봤는데 double로 해서 먹어보니 너무 써서 역시 이유가 있더군요.
한국에서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가 있다면 여기서는 이들을 short black, long black으로 부릅니다. 혹은 short black에 물한잔을 따로 받아 자기가 원하는 농도로 타 먹기도 하지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아메리카노와 같은 커피류를 만들때 커피머신으로 에스프레소 원액을 추출해 물을 타서 만들기도 하지만 드립식 커피나 플런저, 더치커피 등등 여러 형태로 추출해 마실 수 있는 커피 전문점들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커피머신으로 원액을 추출하는 한가지 방법만을 사용하는 커피숍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에서는 임대료가 비싸서 아주 협소한 공간에서 커피를 파는 테이크아웃점이 예전에 아주 유행했습니다. 테이블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1,2개 정도인 커피숍이죠. 여기서도 그러한 샵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드묾니다. 이곳 모든 카페에서는 커피를 주문할때 물어봅니다. 'Have here or takeaway?' 한국에서는 미국식으로 takeout이라고 하지만 여기선 takeaway라고 합니다. 영국식 영어를 쓰기 때문이죠. 그래서 바깥에 'Coffee 2 Go'라는 팻말을 세워놓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뭐든지 유행이라는게 있고 유행의 변화속도도 상당히 빠릅니다. 뉴질랜드는 유행도 한국에 비해 약하고 느립니다. 한국에서 원두커피 전문점이 급속도로 생겨나서 이젠 완전한 레드오션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다보니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소규모 로스팅을 겸한 커피숍도 많아지고 원두종류도 다양하게 선택하고 스페셜티 커피도 제공하고 추출방법도 다양하게 제공하는 등 무한한 노력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벅스는 커피를 다양하게 주문해 먹는 방법과 한정 아이템 판매 등 단순히 커피 마시는 공간이 아닌 그 이상의 서비스를 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외국계 체인점입니다.
이에 반해 뉴질랜드에서 커피샵은 점심식사를 하는 식당의 개념에 더 가깝습니다. 한국에서도 커피숍에 다양한 먹거리를 팔기 시작했지만 뉴질랜드는 예전부터 점심식사를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커피는 점심식사 메뉴와 함께 먹는 음료수 중 하나였죠. 저녁 외식은 레스토랑에서 하고요. 그래서 이곳 카페에서는 보통 아침 7시에 오픈해서 오후 3시경 영업을 끝내는 반면 레스토랑은 점심때 오픈해서 저녁까지 하죠. 그래서 커피보다는 오히려 음식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커피맛이 정말 형편없는데도 사람이 북적대는 카페를 종종 보는데 한국인은 모르는 카페음식이 훌륭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외국인이 찬밥데운거/갓지은밥, 정부미/햅쌀, 멥쌀/찹쌀, 한국품종(short grain)/호주미국품종(medium grain), 된밥/진밥 등등... 이런 맛의 차이를 알까요? 저 또한 현지인의 카페음식은 평가를 잘 못하겠네요. 그래서 그런 추측을 한건데 어쨌거나 현지인들에게 카페음식이 별로라면 식사하는 곳으로서의 인기도는 낮을 수 밖에요...
커피맛을 알게 되면서부터 아무 커피숍에나 가기가 꺼려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왜냐면 정말 형편없는 커피를 제공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죠. 특히 레스토랑에서의 커피는 대부분 정말 형편없습니다. 내돈 내고 커피 마시면서 기분 나빠지기 때문이죠. 상당수는 그저 그런 중간급에 속하지만 일부는 상당히 괜찮은 커피를 제공합니다. 그럴때는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죠.
오클랜드에서는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 갈 수 있지만 뉴질랜드를 여행하다보면 무조건 처음 가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그런데 경험상 로스터리샵은 거의 대부분 커피가 맛있었기에 그 지방에 로스터리샵이 있으면 주저않고 갑니다만 대부분은 발견하지 못하기에 한참을 망설이며 골라야 합니다. 상급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하급 커피만은 아니길 빌며...
한국에서는 국내 외국 체인점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뉴질랜드에서는 흔하지는 않습니다. 또 스타벅스같은 외국계 체인점이 인기많은 것도 아니고요. 저 역시도 외국계 체인점엔 별 관심이 없어 뉴질랜드에 스타벅스 이외 다른 외국계 체인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몇년전만 해도 그냥 조그만 동네 커피숍보다 인기가 없어 보였습니다. 오클랜드에서 제가 알고 있는 스타벅스는 딱 한 군데 뿐으로 다른 곳에 어딘가 더 있을텐데 흔하지 않다보니 보이질 않네요. 그런데 최근에 보니 젊은 사람들이 많더군요.
몇년전에 스타벅스 커피 무료 쿠폰이 생겨 처음으로 가보게 됐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본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커피 맛으로만 평가하자면 제 기준으로는 중간도 안되는 수준이하 즉, 동네 이름 모를 카페보다 못했습니다. 맥카페가 차라리 싸고 나았죠. 혹시 직원이 여럿이라 그날은 잘 못탔을 수도 있으나 여러 직원이 돌아가며 근무하는 카페는 커피맛이 균일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현지인들이 동네 조그만 카페를 선호하는게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한인 아주머니가 카페사장으로 직접 타주는 커피도 맛있고 균일했는데 몇년전 샵을 팔고 가버렸네요. 근처 또다른 한인 아저씨와 부인이 함께 운영하는 카페도 있는데 제가 주기적으로 다니는 곳입니다. 우연히 들어갔다가 인연을 맺게 되어 커피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상 다반사까지 얘기하곤 합니다. 그때의 커피가격을 저한테는 지금까지 올리지 않고 그대로 받는 고마운 분이죠.
뉴질랜드 카페를 이용하면서 놀랐던 점은 젊은 사람은 별로 없고 노인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커피와 함께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도 특이했고요. 한국에서는 카페는 주로 젊은이들의 공간입니다. 제가 강남역에 살때 어느 카페에 들렀는데 입구에 '30세 이상인 분은 이용을 자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글을 붙여 놓은걸 보고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30중반이 되어 또 다른 카페에 들어가려니 모든 손님들이 다 20대 초중반만 있어 선뜻 들어가기 민망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뉴질랜드에선 그런 경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곳 젊은이들은 아무래도 공부나 알바로 바빠서 시간 많은 노인보다 카페 이용이 쉽지 않은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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